세월호 사고 유족인 이호진 씨가 17일 오전 주한 교황대사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프란치스코’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았다.

교황대사관에 따르면 이날 세례 예식은 아침 7시경에 거행됐다. 이씨의 딸과 아들, 그리고 이씨의 거주지인 안산지역을 관할하는 천주교 수원교구의 신부 1명이 동석했다. 이씨의 대부(代父)는 교황대사관 직원이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례식은 1시간 가량 진행됐다.

공식 기록에 따르면 한국 신자가 교황에게 세례를 받은 것은 25년 만이다. 1989년 10월7일 서울에서 열린 제44차 세계성체대회 기간에 ‘젊은이 성찬제’가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렸는데, 예비신자 교리를 배우며 세례성사를 준비하던 청년 12명이 선발돼 이 예식 중에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게 세례를 받은 적이 있다.

교황에게 ‘프란치스코’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은 이호진(56) 씨는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 고(故) 이승현군의 아버지로, 세월호 참사가 유족의 일만이 아닌 국민 모두의 일이라는 점을 환기시키기 위해서 지난달 8일 안산에서 6㎏짜리 나무 십자가를 메고 걷기를 시작해 진도 팽목항을 거쳐 38일만인 지난 15일 최종 목적지이자 교황의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가 열린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 도착했다.

이씨는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 직전에 교황을 만난 자리에서 세례를 요청했고, 교황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교황으로부터 한국인 평신도가 개인 세례를 받는 첫 인물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