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61)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20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에 출전할 23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동아시안컵은 오는 8월1~9일까지 중국 우한(武漢)에서 한국, 중국, 일본, 북한 등 4개국 남녀 대표팀이 참가한 가운데 펼쳐진다. 한국 남자 대표팀은 허정무 감독 시절인 2008년 우승 이후 7년 만에 정상 탈환에 도전하며, 8월2일 오후 10시 중국, 5일 오후 7시20분 일본, 9일 오후 6시10분 북한과 대결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동아시안컵이 국제축구연맹(FIFA)가 공인한 국제 대회가 아니기 때문에 유럽이나 중동에서 뛰는 선수들을 차출하기 힘들기 때문에 유럽파 선수들이 빠진 가운데 K리그 소속 선수 14명과 일본 J리그 소속 선수 6명, 중국 슈퍼리그 소속 선수 3명 등으로 대표팀을 꾸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명단에 일부 선수들의 공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표팀의 경쟁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선수들의 의지와 조직력, 기술적 능력을 잘 어우르게 한다면 최고의 팀이 될 수 있다”며 “젊고 다소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지만 최고의 전력을 꾸려 대회에 임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또 이번 대표팀 명단에는 김신욱(울산 현대)이 첫 대표팀에 발탁된 가운데 유독 젊은 선수들이 많이 포함됐다. 올림픽 대표팀에서 꾸준히 활약해온 1994년생 골키퍼 구성윤(콘사도레 삿포로)과 1993년생 미드필더 이찬동(광주FC)이 처음 A대표팀에 뽑힌 가운데, 1990년 이후 출생 선수가 18명에 달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제가 대표팀 감독에 부임한 이후 가장 젊은 대표팀”이라며 “가장 나이 많은 선수가 1987년생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다. 필드 플레이어에는 1988년생 김주영(상하이 상강)과 김신욱(울산 현대)이 가장 나이가 많다. 이번 대회 통해서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이번이 아니면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 어려울 것같다”고 덧붙였다.

이찬동을 선발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찬동과 최보경(전북 현대)를 두고 끝까지 고심했다. 지난 6월 대표팀 명단는 최보경을 최초로 발탁했었다. 그런데 6월 대표팀 경기를 마친 뒤 계속 지켜본 결과 최보경이 기존에 비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고 판단해 이번에는 이찬동을 뽑았다. 대표팀에 들어오는 문은 항상 열려 있지만 나가는 문도 당연히 열려 있다. 소속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선수 선발 잣대인 ‘소속팀에서의 활약’ 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선수 점검과 대회 결과 중 어디에 더 집중할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슈틸리케 감독은 기자 분들은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가”라고 반문하면서 “기자 분들은 젊은 팀으로 나가 경험을 쌓았는지 여부보다 성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할 것 같다. 저도 그 부분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 없는 감독이 아니다. 이 팀으로 좋은 대회를 펼치도록 노력하겠다. 당연히 지도자로서 결과는 책임지겠다”고 답변했다.

김신욱은 처음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부상을 입은 김신욱은 그동안 A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했다. 김신욱이 A대표팀에 소집된 것은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 명단에 오른 이후 1년2개월 만이다.

김신욱을 선택한 슈틸리케 감독은 “꾸준히 김신욱을 지켜봐 왔다. 김신욱은 작년 아시안게임에서 부상을 당한 뒤 회복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올해 초까지도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그의 모습에는 체력이나 경기력 측면에서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김신욱은 K리그 클래식 22경기에 출전해 8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또 “이정협과 김신욱이 함께 경기에 나올 것인지,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는 더 생각을 해봐야 한다. 어떤 것이 팀을 위해 가장 좋은 방안인지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이번 명단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동아시안컵 예비 명단에서 공격수로 분류됐던 김승대(포항 스틸러스), 이종호(전남 드래곤즈), 이용재(V바렌 나가사키)가 모두 미드필더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이는 공격진과 미드필더진을 오가며 활약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를 활용하고자 하는 슈틸리케 감독의 의중이 드러난 대목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풀백 자원을 측면 공격에 배치할 지, 전형적인 측면 공격수는 아니지만 측면에 나설 수 있는 공격 자원들을 활용할 지 고민을 많이 했다. 제 선택은 후자다. 이들이 측면에서 수비적 부분을 해결해 줄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지만 일단 이 선수들의 공격적 능력을 측면에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2015 EAFF 동아시안컵 남자 A대표팀 명단

GK: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김승규(울산 현대), 구성윤(콘사도레 삿포로).

DF: 임창우(울산 현대), 김주영(상하이 상강), 김민혁(사간 도스), 김기희(전북 현대),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홍철(수원 삼성), 정동호(울산 현대), 이주용(전북 현대).

MF: 이재성(전북 현대), 이찬동(광주FC), 장현수(광저우 R&F), 권창훈(수원 삼성), 이용재(V-바렌 나가사키), 이종호(전남 드래곤즈), 이종호(전남 드래곤즈), 정우영(빗셀 고베), 김민우(사간 도스), 김승대(포항 스틸러스), 주세종(부산 아이파크).

FW: 김신욱(울산 현대), 이정협(상주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