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도당동에서 아라뱃길로 나들이를 나섰다가 아버지와 마실 막걸리를 사서 돌아오던 길에 성인 남녀 50여명이 웅성거리며 물에 빠진 여성을 보고만 있을 뿐 누구 하나 뛰어 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물에 빠진 사람은 죽기 살기로 사람을 잡아당긴다는 소리를 들어서 겁이 나긴 했어요. 다행히 제가 구할 때는 힘이 좀 빠진 상태였어요. 물론 물 밖으로 들어 올릴 때는 많이 무겁기는 했어요.”

추석인 지난 15일 오후 3시께 인천 계양구 근처 아라뱃길에서 나들이를 하고 부천 도당동 집으로 가던 중 아라뱃길에서 물 속으로 뛰어들어 자살을 시도하던 40대 여성을 발견하고 물에 뛰어들어 구출한 박응준(57) 씨를 지난 19일 찾아가 만난 도당동 주민센터 나기출 동장에게 당시 상황에 대해 들려준 말이다.

박 씨는 “아내와 같이 나들이를 갔는데 때마침 아내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가능했고(아내가 옆에 있었으면 물에 뛰어드는 것을 말렸을 것인데), 솔직하게는 약간의 영웅심도 있었죠. 전남 나주가 고향이니까 개울가 수영 정도의 실력이지만…”이라고 말했다.

당시 박 씨가 물에서 건져낸 여성은 숨을 쉬지 않았지만, 119구조대가 도착하기 전에 박 씨의 응급처치로 깨어났고, 주변의 도움으로 체온 유지를 위해 이것저것 덮어두었다가 119구조대에 인계됐는데, 깨어난 여성은 “그대로 두지 왜 살렸어요?”라며 눈물을 쏟으며 원망을 하자 박 씨는 “죽을 각오라 살아야지 왜 죽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 씨가 주첫 당일 아랏뱃길에서 자살하려던 여성을 구한 소식은 부천시 여성연합회 정주열 회장이 사진과 내용을 페이스북과 밴드 등을 통해 올리면서 알리지게 됐다.

정 회장은 “부천이 매번 궂은 소식만 전해진다는 생각에 사진을 구해서 내용을 직접 올렸다”면서 “부천시 도당동에 사는 박응준 씨가 추석 당일(15일) 오후 3시께 아라뱃길에서 자살을 시도한 여성을 구했습니다. 아라뱃길로 뛰어 내려 물에 흘러 내려오던 40대 여성을 목숨을 걸고 목숨을 건졌습니다. 모두가 발만 동동 구르고 안타까워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목숨도 아끼지 않은 용감한 부천시민 박응준 씨는 진정한 우리의 영웅입니다. 도당동에 사는 용감한 부천시민 박응준 씨를 칭찬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정 회장이 추석 당일 일어났던 박 씨의 선행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두 사람이 중2동 의성교회의 교인으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같은 소식에 부천시민들은 해당 글에 ‘엄지척 그림’을 올리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자살은 시도한 여성은 40대가 아닌 20대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가친척 10여명과 함께 도당동에서 30년 이상을 살고 있는 박씨의 직업이 사람의 허리 교정, 어깨 통증을 마사지로 풀어주는 카이로프랙틱(chiropractic)이다 보니 자신에 구한 물에 빠져 의식을 잃은 여성의 응급처치를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한다.

나기출 도당동장은 박 씨를 직접 만나 격려하고 용감한 시민으로 부천시장상을 추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