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ㆍ국민의당ㆍ정의당 등 야 3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을 1일 발의해 다음 날인 2일 표결로 처리하기로 했던 당초 계획이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는 1일 오후 국회에서 야3당 대표 회동을 갖고 ‘1일 탄핵안 상정, 2일 표결 처리’ 방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미해 대표와 심상정 대표는 야3당이 전날(11월30일) 합의한대로 이날 탄핵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박지원 위원장은 그런 약속은 없었고 비박(비박근혜) 의원들이 합류하지 않을 경우 탄핵안을 발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야3당 대표는 오는 9일 탄핵안 추진 여부에 대해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1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1일 발의,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절차를 진행하는 것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다른 야당에도 (공동발의를 위한)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한편, 대통령 탄핵안 발의를 위해서는 151명의 의원이 필요하다.

12월1일 현재 20대 국회 300석의 정당별 의석수는 새누리당 128석, 더불어민주당 121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7석이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1일 탄핵안 발의- 2일 표결을 주장한 반면, 국민의당은 오는 9일 탄핵안 의결을 주장하며 1일 탄핵안 발의에는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과 정의당, 무소속 의원들을 모두 합쳐도 134명이어서, 탄핵안 발의에 필요한 151명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국민의당 협조없이는 대통령 탄핵안 발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국민의당이 1일 탄핵안 발의에 반대하며 오는 9일 탄핵안 표결을 주장하는 것은 탄핵안을 발의하더라도 가결을 위해서는 300석 중 200석이 필요하므로, 야3당(165석)과 무소속(7석)을 모두 합쳐도 172석이어서 28석이 부족해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1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박 대통령이 내년 4월 말 퇴임하고 6월 말 조기 대선을 실시하는 방안을 야당과 협상을 벌이는 것을 만장일치 당론으로 채택했다. 새누리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탄핵 소추안 통과의 키를 쥐고 있던 새누리당 내 비주류 비상식숙회의에서는 탄핵 대신 4월 퇴진으로 급선회한 가운데 여야 협상에 실패하면 오는 9일 탄핵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이 ‘1일 탄핵안 발의- 2일 표결’을 반대하고 오는 9일 탄핵안 표결을 주장하고 있는 것은 새누리당 비주류가 오는 7일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4월 퇴진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9일 탄핵안 표결에 참여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안은 국회 본회의 보고 후 24~ 72시간 범위에서 표결해야 하며, 부결될 경우 또다시 탄핵안을 발의해 표결할 수는 있지만, 이렇게 될 경우 여야를 떠나 촛불집회에서 나타난 국민적 분노가 국회로 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여야 정치권의 셈법은 국민 눈치보기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특히 야권 대선주자들은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나타난 민심에 부응하지 못한 채 내년 대통령선거(대선) 시점이 언제가 유리하느냐에 대한 셈범에 함몰돼 어수선한 시국을 하루속히 진정시킬 소신있는 대안조차 내놓지 않은 채 촛불 민심만 의존해 대선 속셈에 급급한 모양새을 보이며 전혀 유연하지 못한 채 경직된 정치력에 대해서도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야 정치권이 오는 9일 대통령 탄핵안 처리를 위해 어떤 접점을 찾느냐에 따라 탄핵이냐, 아니면 질서 있는 퇴진이냐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엊그제(11월29일) 발표한 제3차 대국민 담화에서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말씀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 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며 대통령직 퇴진 문제를 국회에 사실상 백지위임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