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에 찾아온다는 ‘황금 개띠 해’인 2018년 무술년(戊戌年)이 밝았다.

2018년 무술년(戊戌年)은 60간지 중 35번째 해로 ‘황금 개띠 해’로 부르는 것은 ‘무(戊)’은 황금을 뜻하고, ‘술(戌)’은 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선, 60간지(干支)는 육십갑자(六十甲子)라고도 부르며 고대 중국과 우리나라의 역법에서 사용됐던 주기로 10천간(天干)과 12지지(地支)를 결합해 만든 주기이다.

육십갑자(60간지)는 ▲10간(干)인 갑(甲)ㆍ을(乙)ㆍ병(丙)ㆍ정(丁)ㆍ무(戊)ㆍ기(己)ㆍ경(庚)ㆍ신(辛)ㆍ임(壬)ㆍ계(癸)이며, 하늘과 기둥을 상징하는 ‘천간(天干)’이라고 하며 색깔을 결정한다.

▲12지(支)는 자(子)ㆍ축(丑)ㆍ인(寅)ㆍ묘(卯)ㆍ진(辰)ㆍ사(巳)ㆍ오(午)ㆍ미(未)ㆍ신(申)ㆍ유(酉)ㆍ술(戌)ㆍ해(亥)이며, 땅의 동물을 상징하는 ‘지지(地支)’라고 한다.

천간지지(天干地支)를 모두 조합하면 총 60글자가 나오기 때문에 육십갑자(六十甲子)라고 한다.

천간(天干) 중 ▲갑(甲)ㆍ을(乙)은 청(靑)색 ▲병(丙)ㆍ정(丁)은 적(赤)색 ▲무(戊)ㆍ기(己)는 황(黃)색 ▲경(庚)ㆍ신(辛)은 백(白)색 ▲임(壬)ㆍ계(癸)는 흑(黑)색을 각각 상징한다.

지지(地支) 중 ▲자(子)는 쥐 ▲축(丑)은 소 ▲인(寅)은 호랑이 ▲묘(卯)는 토끼 ▲진(辰)은 용 ▲사(巳)는 뱀 ▲오(午)는 말 ▲미(未)는 양 ▲신(申)은 원숭이 ▲유(酉)는 닭 ▲술(戌)은 개 ▲해(亥)는 돼지를 상징한다.

따라서 매년 해가 바뀔 때마다 천간(天干)의 첫 글자인 ‘갑(甲)’과 지지(地支)의 첫 글자인 ‘자(子)’를 조합한 ‘갑자년’이 60개 조합 중 첫 번째이며, 이후부터 순서대로 한 글자씩 조합해 나가면 그 해의 이름과 상징 동물이 된다.

2018년은 무술년(戊戌年)은 그래서 ‘황금 개의 해’이다.

개는 십이지의 열한 번째 동물로, 방향으로는 서북서, 시간으로는 오후 7시에서 9시, 달로는 음력 9월에 해당하는 동물이다.

개는 우리 일상과 가장 친근한 관계를 가지는 동물이며 영리하고 충성심이 많아 인간에게 헌신하는 충복의 상징이다.

인류 역사상 개만큼 친근한 동물은 없을 것이다. 먼 선사시대부터 인간의 필요를 위해 대량 사육된 개는 정이 메마른 현대 속에서 특유의 붙임성과 예민한 감각으로 사람의 빈자리를 채워 주고 있다. 사흘만 기르면 주인을 알아본다는 개는 인간과 거의 동일시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는 그 성질이 온순하고 영리해 사람을 잘 따르며, 개는 후각과 청각이 예민하고 경계심이 강하다. 또 자기의 세력 범위 안에서는 대단한 용맹성을 보인다. 특히 주인에게는 충성심을 가지며, 그 밖의 낯선 사람에게는 적대심, 경계심을 갖는다.

아주 오랜 시기를 같이 살아온 개는 동서를 막론하고 인간에게 헌신하는 충복의 상징이다. 특히 설화에 나타나는 의견(義犬)은 충성과 의리를 갖춘 우호적이고 희생적인 행동을 한다.

의견 설화와 의견 동상, 의견 무덤 등의 다양한 이야깃거리는 전국에서 전승된다.

그런가 하면 서당개, 맹견, 못된 개, 미운 개, 저질 개, 똥개, 천덕꾸러기 개는 비천함의 상징으로 우리 속담이나 험구(욕)에 많이 나타난다.

동물 가운데 개만큼 우리 속담에 자주 등장하는 경우도 드물다. 개살구, 개맨드라미 등 명칭 앞에 ‘개’ 가 붙으면 비천하고 격이 낮은 사물이 된다.

무속신화, 저승설화에서는 죽었다가 다시 환생(還生)하여 저승에서 이승으로 오는 길을 안내해 주는 동물이 하얀 강아지이다. 이처럼 개는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매개의 기능을 수행하는 동물로 인식됐다.

옛 그림에서도 개 그림이 많이 나온다. 동양에서는 그림을 문자의 의미로 바꾸어 그리는 경우가 흔하다. 개가 그려진 그림을 보면 나무 아래에 있는 개 그림이 많다. 이암의 화조구자도와 모견도, 김두량의 흑구도 등이 그 예인데, 나무(樹) 아래에 그려진 개는 바로 집을 잘 지켜 도둑을 막는 것을 상징한다. 개는 ‘戌’(개 술)이고, 나무는 ‘樹’(나무 수)이다.

예로부터 개는 집 지키기, 사냥, 맹인 안내, 수호신 등의 역할 뿐만 아니라, 잡귀와 병도깨비, 요귀 등 재앙을 물리치고 집안의 행복을 지키는 능력이 있다고 전해진다.

특히 흰 개는 전염병, 병도깨비, 잡귀를 물리치는 등 벽사 능력 뿐만 아니라, 집안에 좋은 일이 있게 하고, 미리 재난을 경고하고 예방해 준다고 믿어 왔다.

<삼국유사>에 보면 백제의 멸망에 앞서 사비성의 개들이 왕궁을 향해 슬피 울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집에서 기르던 개가 슬피 울면 집안에 초상이 난다고 해서 개를 팔아 버리는 습속이 있다.

또 개가 이유 없이 땅을 파면 무덤을 파는 암시라고 하여 개를 없애고, 집안이 무사하기를 천지신명에게 빌고 근신하면서 불행에 대비했다고 한다.

‘술(戌)’은 ‘戍’(지킬 수)와 글자 모양이 비슷하고, ‘戍’는 ‘守’(지킬 수)와 음이 같을 뿐만 아니라 ‘樹’와도 음이 같기 때문에 동일시된다. 즉 ‘술수수수(戌戍樹守)’로 도둑맞지 않게 잘 지킨다는 뜻이 된다.

고구려 각저총의 전실과 현실의 통로 왼편 벽면에도 무덤을 잘 지키라는 의미에서 개 그림을 그려 놓았다. 사람들은 주인에게 보은할 줄 알고 영리한 개를 사랑하고 즐겨 기르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흔히 천한 것을 비유할 때 개에 빗대어 이야기한다.

개는 아무리 영리해도 사람 대접을 못 받는다. 밖에서 자야 하고 사람이 먹다 남은 것을 먹어야 한다. 사람보다는 낮고 천하게 대접받는다. 개에게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으니 의로운 동물이라는 칭찬과 천하다고 얕잡아 취급하는 양면이 있다. 즉, 개에 대한 민속 모형은 충복과 비천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토종개인 진돗개는 강한 귀소 본능과 용맹성을 가졌다. 또한 길러준 식구들에게 대해서는 철저한 신의를 지켜 평생 배반하지 않는 강작한 품성을 지닌 개다.

삽살개 있는 곳에는 귀신도 얼씬 못한다는 속담이 있다. 삽살개는 온몸이 털로 덮여 있어 신선이나 도사가 연상되기도 하고, 귀신이나 액운을 쫒아 준다고 한다.

풍산개는 뛰어난 순발력과 지구력을 지녀 개마고원 일대에서 사냥용 수렵견으로 이용돼 왔다. 예로부터 풍산개 두 마리만 있으면 호랑이도 잡는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용맹하고 대담한 품종이다.

꼬리가 없는 개, 댕견은 조선시대에는 ‘꼬리가 없는 동물과 인간이 가까이 하면 재앙이 온다’는 속설로 인해 많이 사라진 희귀견이다. 이 개는 몸이 유연하고 민첩하며, 꼬리가 없는 대신 청각과 후각이 많이 발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개는 시대가 바뀌고 문화가 달라져도 우리 곁에 늘 함께하고 있다. 한번 마음을 주면 절대로 주인을 배반하지 않고 생활에 도움과 활력을 주는 친구이자 동반자로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의로운 개의 품성을 보면서 2018년 무술년(戊戌年) 황금 개띠 해를 맞아 점점 가팍해지고 이해타산(利害打算)으로 변해가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봄직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