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희망이 가득한 어린이들의 배움터가 돼야 할 학교의 이름을 ‘초목이 자라지 못하는 산이란 뜻을 지닌 동산(童山)’이라는 한자어를 굳이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내년 9월1일 개교할 예정인 부천시 오정구 오정동 260 소재 동산초등학교의 학교 이름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부천교육청은 지난 17일 교명선정위원회를 개최해 공모를 통해 접수된 교명 가운데 ‘꿈과 희망이 가득한 아이들의 배움터산’라는 뜻의 동산(童山)초등학교를 최종 선정했다
문제는 ‘동산’이라는 순우리말은 ‘마을의 앞이나 뒤에 있는 자그마한 산’을 뜻하는 정겨운 말이지만, 동산초교의 ‘동산(童山)’이라는 한자어로 표기할 경우 ‘초목이 자라지 못하는 산’이라는 의미도 담게 될 수 밖에 없다.
실제 동(童) 자는 ‘아이 또는 민둥민둥할 동’ 자로 족보 등에서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남자’를 일컫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부천교육청에서 주장하는 꿈과 희망이 가득한 어린이들의 배움터란 의미를 담을 경우 한자어 대신 순우리말의 ‘동산’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굳이 한자를 사용한다면 오동나무 동(桐)자를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부천교육청에서는 심의 위원들이 한자까지 이미 결정된 사안이어서 말그대로 동산이라는 좋은 의미로 받아 들이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어린 학생들이 다닐 학교 이름을 한자어로 뜻이 좋지 않은 교명을 채택할 필요가 있느냐”며 “아예 순우리말을 사용하거나 다른 학교이름을 찾는 노력이 해야 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천천교육청 관리과(☎032-620-1223)는 동산초등학교의 교명 선정을 위해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교육청 홈페이지 및 부천시청, 부천덕산초등학교, 오정동사무소를 통해 교명을 공모했다.
그 결과 ▲꿈과 희망이 가득한 아이들의 배움터가 되는 학교라는 의미의 동산(童山)을 비롯, ▲푸르른 희망의 새싹들을 배출하는 근원이 되는 학교라는 의민의 부천청원(富川靑原) ▲지명의 유래에 충실하도록 ‘오정동’과 같은 뜻으로 정자 정(亭), 오동나무 동(桐)을 쓴 정동(亭桐) ▲학교가 위치한 곳의 옛 지명이 샛말로, 주민들이 새말이라 불렀던 것에 착안해 동 지명을 딴 부천새말(富川새말) ▲아이들이 좀더 너그럽고 애향심을 가지고 자라서 이 나라를 이끌 인재가 되길 바라는 뜻을 지닌 황정(皇亭) 등이 접수됐다.
동산(童山)초등학교라는 한자어 표기에 한 시민은 “교명선정위원들이 동산(童山)이라는 한자어가 초목이 없는 황폐(荒廢)한 산이라는 의미를 지닌 것을 알고도 선정했고, 동산(童山)이라는 해석이 꿈과 희망이 가득한 아이들의 배움터가 되는 학교가 되는지 의문”이라며 “한자를 넣지 말고 일반시민들이 다들 알고 있는 동산이라는 순우리말로 표기해도 될 것을 굳이 한자까지 사용토록 해 ‘민둥산 초등학교’라는 해석을 낳게 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강한 이의 제기했다.
참고로 동산(童山)이라는 지명은 백제시대 당시 통진도호부(지금의 경기 김포시 일대)에 있던 동성현을 동산현(童山縣)으로 사용했으며, 삼국통일 후 757년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일대에 있었던 옛 고을의 이름도 동산현(童山縣)을 사용한 적은 있었다.
한편 교명 논란이 일고 있는 동산초등학교는 내년 9월1일 24개 학급 중 18개 학급에 학생들을 수용해 개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