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ㆍ금융노조 같은 산업별 노동조합(산별노조)에 속한 개별 기업 노조가 산별노조에서 탈퇴해 기업별 노조로 전환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19일 금속노조 발레오전장지회 간부 등이 “기업노조로 전환한 총회 결의를 무효로 해달라”며 발레오전장노조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판결문 보기(클릭)
자동차부품업체인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 노조는 2001년 금속노조에 가입했으나, 2010년 노사분규가 장기화하자 임시총회를 열어 노조 형태를 산별노조의 지회에서 기업 단위노조로 전환했다.
그러나 당시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일부 금속노조 소속 간부와 조합원들은 “금속노조 규약상 총회를 통한 집단탈퇴가 금지돼 있고, 총회를 소집할 지격도 없다”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노동조합법상 발레오전장노조는 단체교섭권이 있는 독립적인 노조가 아니어서 조합 형태를 바꿀 자격이 없고 독자적으로 결의를 할 수 없다”며 금속노조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법원은 “산별노조 지부가 하부조직의 지위를 갖고 있긴 하지만, 독자적인 규약과 집행기관을 갖고 독립한 근로자단체로 활동을 해왔다면 스스로 조합형태를 바꿀 자격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기업별 노조에 준하는 지위를 갖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실질에 적합하게 산업별노조를 독립해 조직형태 변경 등에 대한 의사를 결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 금속노조를 탈퇴한 발레오전장노조는 기업별 노조로서 합법적인 지위를 인정받게 됐다.
한편, 산별노조는 금속노조ㆍ금융노조처럼 개별 기업이 아니라 비슷한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전체를 조합원으로 두는 노조를 말한다.
산별노조는 교섭권이나 파업권을 단일화해 조합의 영향력이 커지는 장점은 있는 반면, 일단 산별노조에 가입하면 탈퇴해서 다시 기업별 노조로 바꾸기가 쉽지 않았는데,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이를 뒤집는 것이어서 20년 가까이 노동계를 주도해온 산별노조 중심의 노동운동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