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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르르~.’
도심 가로수 나뭇가지마다 쇠를 가는 듯한 소리를 내며 우는 수컷 말매미의 울음소리는 사람들에겐 소음이지만 암컷 매미에게 선택받기 위한 구애의 소리라고 한다.
한여름, 도심 가로수마다 말매미의 울음소리가 가득하다.
몸집이 매미 중에서 가장 큰 말매미의 울음소리는 마치 쇠를 가는 소리처럼 ‘따르르르~’ 하며 귓전을 때려 아파트단지 주변 나뭇가지마다 붙어 한꺼번에 울어대면 낮잠을 방해하는 등 소음으로 들리는 바람에 사람들의 원성을 사기도 한다.
그러나 말매미라는 놈은 사람들의 발걸음소리에 무척 예민해 사람들이 다가가는 인기척이라도 들리면 금새 울음소리를 멈추고 가만히 있는 게 특징이다.
또한 이 놈은 나무에 붙어 앉아 있는 자리도 맨 꼭대기 나뭇가지만 골라서 앉아 있는 바람에 그 모습을 보는 것도 쉽지 않고 잡는 것도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이런 말매미도 그 탄생과 죽음에 읽힌 사연을 알면 좀 슬프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상식은 7년간 땅속에 굼벵이로 있다가 지상으로 나와 허물을 벗고 정상적인 매미가 되서 울음소리를 내며 살아가는 기간이 고작 일주일(7일) 정도라는 것이다.
좀더 과학적으로 매미의 일생을 살펴보면 나무껍질에 알을 낳으면 3~10개월 뒤 부화해 애벌레는 나무 아래 땅으로 들어가 굼벵이로 세월을 보내는데, 말매미나 참매미는 5~8년 가까이 굼벵이로 지낸다고 한다.
매미는 멀리 날아가지 않는 관계로 자신이 태어난 곳 주변에서 번식이 주로 이루어지며, 먼 곳까지 날아갈 경우 6~9년은 지나야 그 새끼가 날개를 달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새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곳에서는 적어도 땅속에서 15년은 지나야 매미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한 귓전을 때리는 말매미 울음소리는 수컷 매가가 암컷 매미에세 선택받기 위해 더 크게 우는 것이라고 한다.
짧게는 4년, 길게는 17년이나 땅속에서 지내다 지상으로 나온 매미는 울어야만 사랑을 찾을 수 있고, 울어도 울어도 사랑을 찾기 못한 매미는 홀로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말매미가 떼를 지어 울음소리를 낼 경우 70dB(지하철 소음도 85dB) 가까이 달해 조용한 주택가 등지에서 울어대면 귀가 따가울 정도로 생활 소음으로 다가와 원성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름 한철 말매미의 울음소리는 암컷 매매와의 짧은 사랑을 나누기 위해, 그리고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아 자신의 존재 가치를 알릴 수가 없어서 치열하게 일생을 살다 흙으로 돌아가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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