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현지 언론들은 마라도나가 이날 오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 티그레의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전했다.
앞서 마라도나는 지난 3일 경막하혈종으로 뇌 수술을 받고 통원 치료를 받으며 회복 중이었으며, 현지 언론들은 마라도나가 심장마비가 온 뒤 9대의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숨진 뒤였다고 보도했다.
마라도나는 어르헨타나 축구의 전설이자 영웅으로, 브라질의 펠레와 더불어 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축구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960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주에서 태어나 키 167cm로 축구선수로는 단신임에도 탄탄한 몸과 현란한 드리볼과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절묘한 패스, 정확한 왼발 킥 등으로 축구팬들을 매료시켰다.
마로도나는 16살인 1976년 아르헨티노스 주니어스에서 프로에 데뷔했고, 아르헨티나 보카 주니어스에서 뛰면서 20세에 아르헨티나 정규리그 득점왕과 남미 올해의 선수상을 2년 연속 수상했다.
유럽으로 진출해 스페인 프로축구 명문 클럽 FC바르셀로나에서 승승장구하던 마라도나는 1984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역대 최고 이적료인 690만 파운드(약 102억원)를 주면서 영입했다.
이탈리아 세리에A(1부리그)에서 만년 중하위권에 머물던 나폴리는 마라도나를 영입하면서 1986-1987시즌 구단 사상 처음으로 세리에A 우승을 차지했고, 1989-1990시즌에도 우승을 이끌었다.
마라도나는 FA컵 격인 코파 이탈리아(1986-1987)와 수페르코파 이탈리아(1990) 우승에 이어, 1988-1989시즌에는 유럽축구연맹(UEFA)컵까지 들어 올렸다.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에서도 맹활약했다. 불과 17세인 1977년에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고, AASO치(국가대표팀 경기) 91경기에 출전해 통산 34골을 넣었다.
특히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는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이끌면서 일약 국민 영웅이 됐고, 월드컵 MVP로도 선정됐는데, 유명한 ‘신의 손’이라는 심판의 오심으로 더욱 유명한 일화를 남겼다.
멕시코 월드컵 8강 잉글랜드와 경기에서 아르헨티나가 2-1로 이겼는데, 마라도나는 골키퍼와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헤딩이 아닌 왼손으로 골을 넣으며 1-0으로 앞섰는데, 당시 골이 선언되자 잉글랜드 골키퍼 피터 실턴이 주심에게 핸드볼이라고 항의했다.
하지만 마라도나는 천연덕스럽게 골 세리머니를 하면서 아르헨티나 동료들에게 “어서 나를 껴안아. 머뭇거리면 심판이 항의를 받아들일 거야”라고 외쳤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왼손으로 넣은 마라도나는 불과 4분 뒤 상대 선수 7명을 제치며 50m 질주한 끝에 추가골을 넣으며 2-0으로 앞섰고, 결국 아르헨티나는 2-1로 승리하면서 4강에 진출했고, 월드컵 우승까지 들어올렸다.
| AD |
마로도나는 선수 시절부터 각종 기행으로 ‘악동’으로 불리기도 했다. 23세이던 1983년부터 코카인 중독 의혹을 받았고, 나폴리에서 뛰던 1991년 약물 검사에서 코카인 양성 반응을 보여 15개월 출전정지 징계를 받고 결국 나폴리를 떠났고,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나이지리아전 뒤 도핑 검사에서 적발돼 대회 도중 퇴출당하기도 했다.
은퇴 후에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이끌기도 했으며, 이후 아르헨티나 안팎의 프로팀을 이끌다가 지난해부터 아르헨티나 1부리그 힘나시아 라플라타 감독을 맡았다.
하지만 마약과 알코올 중독 등으로 끊임없이 구설에 오르며 숱한 논란을 일으켰지만, 선수 시절의 축구 실력 만큼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축구의 전설’로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