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가 칸·베를린·베네치아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것은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베네치아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7년 만이며, 칸영화제 본상 수상은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받은 이후 9년 만이다.
칸 영화제에서는 경쟁부문에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전’이 처음 초청된 이후 2002년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받았고, 2004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고, 2007년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서 열연한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올해 칸 영화제에 초청된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장 피에르·뤼크 다르덴의 ‘영 아메드’,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페인 앤 글로리’, 셀린 시아마의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 등 21개 작품 가운데 최고상을 받았다.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선정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시상식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생충’에 대해 “재밌고 유머러스하며 따뜻한 영화”라고 평했다.
그는 전반적인 수상작 선정에 대해 “우리는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이유로 수상작을 결정하지 않는다. 감독이 누구이고 어느 나라 영화인지도 중요하지 않다”며 “영화 그 자체로만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칸 영화제는 지난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에 이어 올해 ‘기생충’에 황금종려상을 수상해 2년 연속 아시아 영화가 최고상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은 이날 무대 위에 올라 “언제나 프랑스 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받았다”며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놀라운 모험이었다. 그 작업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저와 함께해준 아티스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한 장면도 찍을 수 없었을 것이다. 배우들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봉 감독은 “12살의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다. 이 트로피를 이렇게 손에 만지게 될 날을 저는 상상도 못했다”고 감격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봉 감독은 “이 자리에 함께해준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저의 동반자 송강호의 소감을 듣고 싶다”고 말했고. 무대에 오른 송강호는 “인내심과 슬기로움, 열정을 가르쳐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배우께 이 영광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2006년 ‘괴물’로 감독주간에 초청되면서 칸 영화제와 인연을 맺었고, 2008년에는 ‘도쿄!’, 2009년에는 ‘마더’가 각각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으며, 2017년 넷플릭스 영화 ‘옥자’로 경쟁부문에 데뷔했고, ‘기생충’으로 두 번째로 경쟁부문에 진출해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았다.
‘기생충’은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에 이어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 영화이며, 모두가 백수인 기택(송강호) 가족의 장남 기우(최우식)가 박사장(이선균) 집의 고액 과외 선생이 되면서 일어나는 예기치 못한 사건을 다루는 블랙 코미디(Black Comedy)로,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 이야기를 통해 보편적 현상인 빈부 격차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기생충’은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해 열연했으며, 국내 극장가에는 5월 30일 개보봉할 예정이다.
한편, 제72회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대상은 흑인 여성 감독으로는 최초로 상을 받은 마티 디옵(‘아틀란틱스’)에게 돌아갔으며, 심사위원상은 라즈 리(‘레 미제라블’), 클레버 멘돈사 필로(‘바쿠라우’)가 공동 수상했다.
남우주연상은 안토니오 반데라스(‘페인 앤 글로리’), 여우주연상은 에밀리 비샴(‘리틀 조’), 감독상은 장 피에르·뤼크 다르덴(‘영 아메드’), 각본상은 셀린 시아마(‘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가 각각 받았다.
◇Tip- 블랙 코미디(Black Comedy)= 아이러니한 상황이나 사건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 장르로, 냉소적이며 음울하고 때로는 공포스러운 유머 감각에 기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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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프랑스 초현실주의 작가 앙드레 브르통(André Breton)이 <블랙 유머 선집>이라는 책을 발간하면서 블랙 유머, 블랙 코미디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고, 코미디의 일종이어서 웃음을 끌어내는 것이 목적이지만 인간과 세계의 모순성, 부조리함을 느끼게 하는 역설적인 유머를 사용한다.
풍자와 희화화, 패러디 등을 통해 웃음을 끌어내면서도 밝고 쾌활한 웃음보다는 씁쓸한 웃음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게 튻징이다.
영화에서는 무성 코미디의 대가인 찰리 채플린(Charles Chaplin), 웃지 않는 코미디언으로 유명한 버스터 키튼(Buster Keaton), 에른스트 루비치(Ernst Lubitsch)가 만든 코미디 영화가 블랙 코미디에 해당하며, 세태 비판이나 정치,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는 경우가 많고, 블랙 코미디 장르는 오늘날 더욱 다양한 시각과 접근으로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