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이 어젯밤 사이 서울과 경기 등 중부지역에 최고 10cm가량의 큰 눈이 올 것으로 예보했으나, 예상과는 달리 눈발이 간간히 날리고 자정 조금 못되서는 비가 내려 휴일인 지난 27일 쌓여 도로 곳곳에 얼어 붙었던 눈들이 거의 녹아 내리게 하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빗나간 기상청의 대설 예보는 30일 새벽 5시를 넘어 1mm(부천지역) 정도의 눈이 내리는데 그쳐 겨우 체면을 세우게 했다.
기상청은 앞서 휴일인 지난 27일 ‘곳에 따라 산발적으로 눈이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으나, 2.5cm의 기습 폭설이 강추위 속에 내리는 바람에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기상청은 어제(29일) ‘큰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해 일선 지자체마다 제설대책 비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부산을 떨게 했지만 정작 눈발만이 흩날리는데 그쳐 밤샘 대기했던 공무원들도 허탕을 쳐야만 했다.
연말 대목을 기대했던 술집과 유흥업소 등지도 폭설 예보에 송년ㅎ회 및 망년회를 취소하고 일찍 귀가하는 경우가 많아 손님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든 탓에 울쌍을 지어야 했다.
기상청은 어제 대설 예보가 빗나간 원인과 향후 전망에 대한 입장을 30일 발표했다.
우선 대설 예보 배경에 대해 “보통 눈은 상층의 찬 공기와 하층의 따뜻한 공기가 충돌하면서 만들어지며, 상하층의 온도차가 클수록, 충돌이 강하게 일어날수록 눈의 강도는 강해진다”고 전제하고 “지난 28~29일 중부지방에 영하 10℃ 안팎의 한파를 가져온 상층 약 5km 상공에는 영하 30℃의 찬 공기가 머무르고 있는 반면, 하층 약 0.7km에서는 0℃의 상대적으로 매우 따뜻한 남서풍이 강하게 유입되면서 큰 눈구름대가 중부지방에서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예보가 빗나간 원인에 대해 “실황은 하층의 남서풍이 강하게 발달했고, 한밤중까지 기온이 지속 상승해 영상을 기록했으나, 상층의 한기는 오히려 약해졌고, 중국 북부에서 찬 공기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했던 대륙 고기압의 이동이 느려지면서 눈구름이 크게 발달하지 못했다”면서 “결국 상층 찬 공기와 하층의 따뜻한 공기가 시차를 두고 움직여 충돌하지 못하면서 눈구름을 약화시키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또 “우리나라 동해에서 남부로 이어진 고기압이 정체하면서 저기압이 서해북부해상에서 매우 느리게 남하했고, 예상보다 약간 북편하여 지나갔다”면서 “더구나 경기북부나 강원도지방은 찬 기온으로 1~5cm의 적설을 기록했지만, 서울, 인천 등 대도시는 도시효과로 영상을 기록하면서 진눈깨비 또는 비가 내려 눈이 거의 쌓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상청은 30일 낮부터 찬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기온이 크게 떨어져 2009년 기축년 마지막 날인 31일에는 부천지역의 아침 최저기온인 영하 11도, 낮 최고기온도 영하 6도의 한파가 몰아치고, 2010년 경인년 호랑이 해 첫날인 1일에도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1도에 달하는 등 강추위가 절정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서울, 경기, 인천, 대전 등 중부지방에 한파주의보를 내렸다. 한파주의보는 기온이 전날보다 10도 이상 떨어질 때 발표되는 기상특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