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도 돌은 던지지 말자. 그러나 전후 사정은 짚고 넘어가자.”

14일 폐회된 경기도의회 제219회 임시회에서 농림수산위 소속 최환식 도의원(부천 제4선거구)이 지난 6일 34명의 서명을 받아 상정키로 했던 ‘서울지하철 7호선 부천구간 재원마련 촉구 건의안’이 소관 상임위인 건설교통위원회(위원장 강석오·광주)와의 이견 표출 등으로 본회의에 상정조차 하지 못한 채 ‘없었던 일’로 돌리는 ‘헤프닝’으로 결국 끝나고 말았다.

최환식 도의원이 발의한 이 건의안은 ‘정부가 도시철도방식이 아닌 광역철도 방식으로 즉각 변경하고 전체 사업비 중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제13조 규정에 의한 국비 75%를 지원할 것, 그리고 경기도는 수도권 전체 주민을 위한 광역교통시설을 감안해 경기도 내부방침에서 정한 도비 부담분 17.5%를 시급히 지원해 줄 것’을 촉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건의안은 현재 지하철 7호선 사업비로 인해 심각한 재정적 압박이 예상돼 재원 마련이 ‘발등에 떨어진 불’로 인식하고 있는 부천시로서는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따라서 부천시도 이번 도의회 임시회에서 이 건의안이 통과되기를 은근히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환식 도의원이 발의한 이 건의안은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기면서 본회의 상정 무산된 배경을 둘러싸고 부천지역구 8명의 도의원들간에도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내며 갈등의 소지를 안는 결과를 초래했다.

건의안을 발의한 최환식 도의원은 “지난 1일 부천시와 부천지역구 도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지하철 7호선 재원마련을 위한 도비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홍건표 시장과 범시민지하철재원마련대책위 권병학 위원장과도 사전 협의를 거쳐 건의안을 발의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 도의원은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자신의 임기가 1년이어서 오는 6월말 임기가 완료되는 관계로, 예결위원장으로서 오는 4~ 5월에 다루어지는 제1회 추경예산에 도비 지원 예산을 다룰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건의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덧붙이면서 “어이없게도 부천 출신 도의원들이 협조를 하지 않아 어이없게도 다음으로 건의안 상정이 미뤄지게 됐다”고도 했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부천시를 위해 도움을 주기 위한 충정심’에서 건의안을 발의하게 됐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 도의원이 발의한 건의안에 서명한 도의원 34명 중 부천지역구 도의원 8명 중 4명(최환식, 서영석, 유지훈, 이음재)만이 서명했다.

그러나 서명을 한 도의원을 포함해 다른 부천지역 도의원들이 바라보는 최 도의원의 건의안 발의에 대한 배경과 입장은 사뭇 다르다.

부천지역구 의원 중 건의안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상임위인 건설교통위원회에 황원희 도의원(부천 제6선거구)이 활동하고 있지만 이번 건의안 발의 과정에서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 도의원은 건의안 서명을 받은 지난 6일 당일과 건설교통위에 접수한 다음날인 7일에는 황 도의원의 모친이 위독한 바람에 도의회에 출석하지 못해 불가피하게 접촉이 이뤄지지 못했고 전화연락도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황원희·이재진(부천 제5선거구) 도의원 등 상당수 부천지역구 도의원들은 “지하철 7호선 재원마련을 위해 도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고 그 필요성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면서 “건의안 발의를 하려면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전체 도의원들에게도 충분한 설명과 협조를 당부하는 사전 정지작업을 거쳐 모양새 있게 제대로 추진해야지 어설프게 접근했다가는 되레 지역간 견제 등 갈등을 초래할 불씨를 남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또 “건설교통위에 부천지역구 소속 도의원(황원희)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전에 협의조차 하지 않은 채 건의안을 해당 상임위에 불쑥 던져놓아 황 도의원은 물론 건교위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 것을 알고 있다”면서 “지하철 도비 지원 건의안을 (본회의에) 잘못 올릴 경우 자칫 다른 지역 도의원이 반대토론을 나서는 등 논란이 재현될 될 경우 부천이 정치적 고향으로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부천지역구 도의원들의 입장이 뭐가 되겠느냐,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할 사안이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전제로 부천지역구 도의원은 “부천시를 위한 충정에서 건의안을 발의했다기 보다는 정치적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 빚어진 헤프닝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다른 도의원은 “중대 사안인 만큼 도내 다른 지역 출신 도의원들의 의중을 파악하는 정지작업조차 없이 정상적 절차를 거치지 않아 3월 임시회에서도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중대 사안을 너무 어설프게 접근해 아쉬울 따름”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부천지역구 8명의 도의원 각자는 ‘서울지하철 7호선 부천구간 재원마련 촉구 건의안’의 도의회 임시회 본회의 상정 무산에 대해 “도비 지원 근거가 없어 지원예산액 ‘0’ 상태로 있는 만큼 부천시가 갈망하는 도비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보다 세밀한 전략을 짜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새삼 일깨워준 ‘쓴 약’이 될 수 있도록 다시한번 부천시와 함께 지혜를 모으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