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거미가 질 무렵 3층 건물에 자리잡은 노래방에 화려한 네온사인이 켜지면서 밤이슬을 겨우 피할 수 있는 공간에 비둘기들이 노숙(?)을 하는 모습을 우연히 발견했다.
화려한 네온사인에 둥지를 턴 비둘기들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가장 화려하면서도 쓸쓸한 하루의 휴식이 머문 그곳에 고향을 떠난 이들의 고된 삶을 문득 떠오르게 했다.
화려한 날개짓으로 내려앉은 가장 화려한 곳에 가장 아슬아슬한 하루의 휴식이 자리잡는다.
나뭇가지가 더 낯설고, 사람들이 만들어준 집이 더 불편한 그들에게는 날개짓을 많이 하지 않아도 먹거리가 많은 곳이 삶의 터다.
사람들의 무관심이 일상처럼 반복되는 곳, 그곳에 도사린 위험천만한 감전사의 우려 못지않게 그들에게는 가장 안전한 곳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자신이 날개짓을 접고 내려 앉은 곳이 몇층인지 높낮이를 따지기 않는다.
뭇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에서 멀어져만 있다면 방해받지 않는 하루의 휴식을 위해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곳일 뿐이다.
날개짓을 오래 하지 않고도 하루의 먹거리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곳에서 가깝고 사람들에게서 무관심한 곳, 그곳이 그들의 둥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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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한 곡예처럼 비춰지는 짧은 휴식의 반복은 먹거리를 구하기 어렵게 되면 그들은 언제든지 어디론가 떠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 그들에겐 날개가 있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켜지는 순간부터 비둘기들은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아침해가 떠오르기 무섭게 비둘기들은 사람들의 발길과 시선이 많이 머무는 곳에서 날개짓을 하며 먹거리를 찾아 서성거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