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불청객 미세먼지가 잔뜩 낀데다 오후에 비소식에 있어 비구름이 몰려들면서 파란 가을 하늘이 온통 잿빛으로 변한 19일 오전 부천시 소사동 주택가 골목길 한켠에 보도블럭 사이에서 자라는 제비꽃 열매 꼬투리가 계란꾸러기를 연상케 하는 씨앗을 가득 담고 있다. 섬세하고 정교하게 타원형의 밥톨만 씨앗이 알알이 담겨있는 제비꽃 열매는 고개를 숙여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2019.9.19

◇Tip- 제비꽃 씨앗

어릴 적에 제비꽃이 피는 양지바른 곳에서는 어김없이 고운 흙을 소복히 쌓아올린 개미집이 눈에 띄었다. 그 이유를 훗날 알게 됐다.

제비꽃 씨앗에는 개미들이 좋아하는 젤리상태의 푸짐한 영양덩어리인 ‘엘라이오솜(elaiosome)’이 엉겨붙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엘라이오솜(elaiosome)의 elaion은 그리스어로 기름(oil), soma는 덩어리(body)로 엘라이오솜은 ‘기름 덩어리’라는 의미다.

엘라이오솜은 제비꽃을 비롯해 애기똥풀ㆍ금낭화ㆍ피마자(아주까리)ㆍ광대나물 등 꽃식물(중자식물)이 씨앗을 퍼트리기 위해 미끼로 붙여놓은 것으로, 이런 방식으로 종자를 퍼뜨리는 것을 ‘개미 씨앗 퍼뜨리기(myrmecochory)’라고 부르는데, 개미들이 제비꽃 씨앗을 물어서 집으로 가져가면 새끼(개미 유총)에게 먹이로 주면 새끼들은 엘라이오솜만 먹고 버려진 씨앗은 어미 개미가 개미집 밖으로 버리기 때문에 개미집 부근에서 제비꽃을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제비꽃 씨앗은 삭과(蒴果ㆍ캡슐 Capsuleㆍ열매 속이 여러 칸으로 나뉘어져 각 칸 속에 많은 종자가 들어있는 열매)로 계란 모양의 타원형의 멸매가 3개로 갈라진 모습이 흡사 짚으로 만들어 달걀을 보관하던 달걀꾸러미처럼 보이고, 6~7월경에 익으면서 열매가가 쪼개지면서 씨앗을 퍼뜨리고, 뿌리줄기나 종자로 번식한다.

4~5월에 피는 제비꽃(Manchurian Violet)은 꽃송이 뒤에 튀어 나온 꿀주머니가 오랑캐 뒷머리와 비슷해 ‘오랑캐꽃’, 키가 작아서 앉아서 볼 수 있다고 해서 ‘앉은뱅이꽃’, 꽃줄기를 서로 걸어서 꽃싸움놀이를 한다고 해서 ‘장수꽃’·‘씨름꽃’, 병아리처럼 귀엽다고 해서‘병아리꽃’이라고도 부른다.

제비꽃은 남산제비꽃, 노랑제비꽃, 자주잎제비꽃, 알록제비꽃, 잔털제비꽃, 흰젖제비꽃, 고깔제비꽃, 콩제비꽃, 왜제비꽃, 미국제비꽃(종지나물), 호제비꽃, 태백제비꽃, 금강제비꽃, 졸방제비꽃, 왕제비꽃, 단풍잎제비꽃, 서울제비꽃, 화엄제비꽃, 흰제비꽃, 장백제비꽃… 종류도 수두룩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