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일 오전 새벽 정부가 제출한 357조7천억원에서 355조8천억원 규모(지출예산)의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여야간 쟁점이 됐던 새마을운동,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특수활동비, 4대강 사업 등에서 감액이 이루어져 1조9천억원 정도 삭감됐으나, 총 수입은 369조3천억원으로, 정부안보다 1조4천억원 줄었지만 지출기준 예산이 더 많이 감액돼 4천억~5천억원 가량 여유가 생겨 그만큼 국채 발행 규모를 줄일 수 있게 됐다.

국회가 새해 예산안을 해를 넘겨 처리한 것은 헌정 사상 두번째이자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해를 넘긴 것으로 가까스로 준예산 편성이란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또 새해 예산안 처리의 돌발변수가 됐던 밤샘 진통을 겪었던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도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검찰개혁법을 처리하는 조건으로 1일 오전10시30분쯤 표결 끝에 재석의원 254명 가운데 찬성 168표, 반대 66표, 기권 20표로 통과됐다.

여야는 31일 오전 10시 열린 본회의에서 쟁점 사안이 아닌 대기업 집단계열사간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73개 안건 우선 처리했다.

이어, 오후 21시30분께 본회의가 정회된 가운데 전날(30일) 밤샘 협상을 통해 ‘국가정보원 개혁안’에 대해서도 어렵사리 합의해 오후 4시 본회의가 속개되면서 늦어도 ‘제야의 종’이 울리기 전에 예산안과 법안이 처리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새해 예산안 처리가 해를 넘긴 것은 현재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외국 회사와 합작투자해 자회사(증손회사)를 설립할 때 100% 지분을 보유하도록 규정한 것을 50%로 낮추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이하 외촉법)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31일 오후 의원 총회를 거쳐 외촉법의 반대기류를 확인하고 새누리당 지도부에 2월 처리를 제안했지만 새누리당에서 국정원 개혁법 처리도 같이 미루자고 맞서자, 민주당은 31일 오후 10시 의총을 열어 외촉법 처리 수용을 결정했다.

그러나 박영선 법사위원장이 외촉법에 대해 “재벌 특혜 법안으로 내 손으로 상정할 수 없다”며 상정을 끝내 거부하며 상설 특검과 특별감찰관제라는 검찰개혁 카드를 꺼내드는 진통 속에 새해 예산안은 밤 11시52분쯤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를 통과했지만 해를 넘겼다.

이어, 여야 지도부와 법사위원들은 새벽 협상을 통해 검찰 개혁법의 2월 국회 처리에 합의한 뒤 1일 새벽 3시35분께 법사위에서 야당 간사가 의사봉을 잡고 외촉법을 통과시켰고, 새벽 3시50분쯤 본회의를 속개해 오전 5시15분쯤 ‘새해 예산안’과 ‘국정원 개혁안’ 및 부수 법안들이 처리됐으나, 예상치 못했던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겨냥한 민주당의 ‘쪽지예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본회의는 1일 새벽 5시52분께 또다시 정회됐다.

결국 여야 원내지도부 간 협상에서 쪽지예산 논란과 관련해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과와 해당 예산의 불용 약속을 받는 선에서 합의하고 1일 오전 9시30분께 본회의가 속개됐고 외촉법 등은 오전 10시30분쯤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편, 2014년부터는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여야가 11월말까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예산안이 12월1일에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돼 국회에서 새해 예산안이 해를 넘겨 처리되는 경우는 없게 됐다.

◇국회 통과 ‘국정원 개혁안’= 국정원의 정치개입 가능성 차단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국정원 직원이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명문화했고 이를 어길 경우 정치 관여죄 위반 혐의로 7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사이버 심리전을 빌미로 한 정치관여 금지를 명문화한 것이다.

또 국정원 직원이 다른 국가기관과 정당·언론사 등을 대상으로 정보활동을 할 때에는 법률과 내부 규정을 위반한 파견과 상시 출입을 할 수 없도록 한다고 법에 명시했다. 국정원은 2월말까지 내규를 만들어 국정원 개혁특위에 제출해야 한다.

국정원 직원이 정치활동 관여 행위를 하도록 지시를 받는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시정되지 않을 경우 직무집행을 거부할 수 있다. 특히 해당 직원이 공익을 목적으로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경우 국정원 직원의 비밀엄수 의무 규정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겸임 상임위 체제로 운영되는 정보위를 겸임을 금지하는 전임 상임위로 바꾸기로 했고, 여야 지도부가 이를 선언하기로 했다.
정보위가 전임 상임위가 되면 의원들이 수시로 국정원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을 수 있어 국정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수 있다.

국정원 직원이 정치에 관여할 경우 현재 5년 이하의 징역을 7년 이하로, 군인은 현재 3년 이하를 5년 이하로, 일반 공무원은 1년 이하에서 3년 이하로 처벌 수위를 높였다.

특히 공무원 직군마다 제각각이었던 정치 관여죄에 대한 공소시효도 대폭 연장해 10년으로 통일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