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0도의 맹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26일 오후 7시. 어둠이 짙게 깔린 부천체육관 인조잔디구장에는 환한 불빛이 켜졌다.

‘부천’이라는 이름으로 하나 둘씩 모여든 왕년의 축구스타들과 그들이 홀연히 떠난 뒤 공백을 메운 부천FC 선수들이 함께 만났다. 서포터즈들도 삼삼오오 모여 들었다.

이들이 추운 겨울밤을 마다하지 않고 모인 것은 2008시즌 K3리그에서 첫선을 보이며 흑자 운영으로 한해를 마무리하는 부천FC 1995와 부천SK 출신 선수들로 구성된 부천FC OB팀간의 불우 청소년을 위한 사랑의 자선경기를 갖기 위해서 였다.

휘슬이 울리고 전반 9분 부천FC 한성진이 선제골을 터트리며 앞서갔으나 형님들도 이에 뒤질세라 전반 18분 OB팀 이원식이 동점골을 터트려 전반을 1-1로 끝냈다. 이어 후반 7분에 OB팀 박성철이 역전골을 터트려 2-1로 아우들을 이겼다.

이날 경기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천SK가 제주 유나이티드라는 이름으로 연고지를 부천에서 제주로 이전하면서 졸지에 팀을 잃어버린 부천의 축구팬(서포터즈)들로 구성된 ‘헤르메스’가 똘똘 뭉쳐 탄생시킨 ‘부천FC 1995’의 성공적인 출범을 축하하고 뿔뿔이 흩어진 부천SK에서 활약했던 축구스타들이 부천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는 게 더욱 값진 자리였다.

이날 친선경기는 여의도 고등학교의 곽경근 감독이 부천SK 출신 선수 모임에서 부천FC를 응원하기 위해 친선경기를 제안해 이루어진 탓에 부천FC의 홈구장인 부천종합운동장을 사용하지 못한 채 부천체육관 인조잔디구장에서 경기를 가졌지만 선수들은 물론 서포터즈 모두가 웃음꽃을 피웠다.

부천OB팀에 참가한 선수는 윤정환(일본 J2리그 사간 토스 코치), 남기일(성남), 윤정춘, 이용발(제주 유나이티드 GK), 조성환(포항), 곽경근(여의도고 감독), 이원식(제주 유나이티드 코치), 이성재, 박성철, 최거룩 등 20여 명이 참가했으며, 800여 명의 서포터즈들이 감동의 친선경기를 지켜봤다.

경기가 끝난 후 부천의 한 여자 서포터가 부천FC 그리고 과거의 영웅인 부천OB팀 선수들 앞에서 소중한 추억을 영원토록 간직하게 해준 부천의 영웅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글을 울먹이며 낭독하면서 숙연한 분위기가 이어졌고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그리고 선수들과 서포터즈 헤르메스가 모두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3년 전에 2005년까지 부천종합운동장을 누비던 부천SK 선수들을 위한 응원가를 불렀다.

“알레, 알레, 부천 알레!.”, “오~ 나의 부천!.”

한편 이날 자선경기를 지켜본 SBS 스포츠국 박문성 해설위원은 “한국축구의 역사적 현장을 함께 해 기뻤다”며 “부천은 축구 열기가 뜨거운 만큼 연고 이전에 대한 아픔도 컸지만 이번 자선경기는 그러한 아픔과 상처마저 이겨낸 사건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 이 역사적인 행사가 더욱 발전하고 오래 이어가길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