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금품수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무소속 박기춘 의원(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의 체포동의안이 13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박 의원 체포동의안을 표결에 부쳐 무기명 투표 결과, 재적의원 236명 중 찬성 137표, 반대 89표, 기권 5표, 무효 5표로 가결했다.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 참석에 과반 찬성이면 가결된다. 이날 투표는 여야 모두 당론이 아닌 자유투표로 진행됐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체포동의안 요청 이유에 대해 “검찰 조사 과정에서 현금 3억원과 지역 구민들에게 줄 기념 868만원 상당을 교부받는 등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혐의를 인정했다”며 “검찰은 박 의원이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와 증거 인멸 우려가 있고 범죄 또한 중대한 점 등에 따라 구속할 사유가 있다고 판단해 8월7일 구속영장을 청구, 서울중앙지법 김도형 판사가 체포동의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했다”며 “이에 정부는 국회법 제26조에 따라 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박기춘 의원은 이날 본회의 표결 직전 신상발언을 통해 “본회의장에서 발언할 기회가 오늘이 마지막일 것 같다. 한없이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이유를 불문하고 선후배 의원, 남양주 시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제 자신과 가족을 다스리지 못해 벌어진 모든 일에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사실은 사실대로, 수사 초기 이미 자수서를 통해 모두 인정했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시대의 흐름에도 둔감한 어리석은 실수를 했다. 저는 지난 70여일간 여론을 통해 이미 중형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더 마음 아픈 것은 제가 11년간 몸 담아온 우리 국회가 최근 저의 불찰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온갖 비난과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저를 염려해주는 선후배 동료 의원들이 ‘제식구 감싸기’, ‘비리 의원 감싸기’라는 비난을 듣는 것도 가슴 아파 못보겠다”며 “저는 이미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여론을 통해 중형을 선고 받은 제가 무슨 면목으로 유권자에게 표를 호소할 수 있겠느냐. 구차하게 변명하지 않겠다. 불체포 특권 뒤에 숨지 않겠다. 방탄막으로 감싸달라고 요청하지도 않겠다. 일반 국민과 똑같이 법원 영장실질심사에 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구구절절한 사연은 모두 가슴에 품고, 법원에서 모든 사실을 밝히고 심판을 받겠다. 이 길만이 제1야당 원내대표, 사무총장을 지낸 3선 국회의원으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책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직자의 도덕성이 기준이 아닌 기본이 되는 시대에 저의 과오는 돌이킬 수 없는 결격 사유다. 법과 원칙에 따라 모든 처벌과 책임을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남양주에 탯줄을 묻고 어린시절 그곳에서 뛰어놀다 도의원 2번을 거쳐 3선 국회의원까지 됐다. 아무런 배경도 없이 오직 땀과 눈물로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 30여년의 정치여정을 이제 접는다. 더이상 우리 국회가 저로 인해 비난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며 “존경하는 선배 동료여러분께 저의 불찰에 대해 거듭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한 뒤 고개를 숙였다.

다음은 박기춘 의원의 국회 본회의 신상발언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