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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저는 도움을 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받았습니다”
‘뇌졸중·뇌경색으로 일상생활 어려움 많고
월세 15만원 생활… 도움 요청 SOS 전화
한달여 노력 끝에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 
더부천 기사입력 2011-09-29 11:53 l 강사무엘 조회 8769


△강사무엘 부천시무한돌봄센터 사회복지통합서비스전문요원

올해 1월초에 ‘부천시 무한돌봄센터’로 발령을 받고 사례 관리업무 연찬에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습니다. 지난 2월1일은 설날 바로 전날이라 들떠있는 마음에 다들 집에 가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후 5시를 조금 넘어서 걸려온 전화는 다급한 남자의 목소리였습니다.

“안녕하세요?. 부천시무한돌봄센터에 강사무엘입니다. 어떤 도움을 드릴까요?.” “….” “여보세요?, 선생님….” 한참의 침묵이 흐른 뒤 다시 물어봤습니다. “말씀하세요.” 그렇게 시작된 전화는 끊어질 줄 모르고 1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내담자 A씨의 말을 요약하자면. 혼자서 살면서 뇌졸중, 뇌경색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많고 월세 15만원을 내고 나니 당장 먹을 것을 살 돈이 없어서 설날을 보내고 나면 어떻게 지내야 할지 모르겠으며, 지금까지는 도움주었던 누나도 더이상 도움주는 것이 어려워 연락하지 말자고 이야기한 후로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고 했습니다.

전화상담을 마친 후 정말 이러다가 A씨가 어떻게 될까 걱정이 돼 가정 방문을 했습니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불쾌하고 속이 울렁거리는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방안에는 짐이 정리되어 있지 않았고 여러가지 잡동사니들로 가득했습니다. 쌀은 5kg 정도 남아 있었고 설날을 지낼 만한 음식들은 조금 있어서 당장 생필품을 지원할 부분은 없었기에 설명절 직후의 내방 일정을 약속한 후 사무실로 되돌아왔지만 발걸음은 무거웠습니다.

설 연휴를 지내면서도 A씨에 대한 걱정과 앞으로 어떤 서비스를 계획해야 될까 하는 등 사례관리업무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A씨의 현재 상황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A씨가 정상적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과 그에게 맞는 서비스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첫번째 문제는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서울로 돼 있어 복지 신청이 불가해 무엇보다 거주지를 부천으로 전입신고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A씨는 사채업자들이 자신을 찾아와 해코지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안된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A씨의 겉모습을 볼 때는 전혀 아픈 사람 같지 않았지만 뇌질환으로 어지럽고 일상생활을 못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너무 의존적으로 저에게 매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자신을 도와주었던 누나의 빈자리를 저에게 채워달라고 하는 떼쓰는 아이와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문제에 고민도 하지 않고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점점 A씨에게 있는 강점들을 쓰지 못하고 의존적인 사람으로 지낼 수밖에 없다는 사례 관리자로서의 판단이 들었습니다.

전입 신고 및 복지 신청까지 저에게 일임을 하려고 했던 모습을 본인이 직접 해당 동 주민센터로 가서 전입신고도 하고 복지신청에 대한 서류와 신청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함께 동행해 주었습니다.

때로는 저를 믿지 못하고 동주민센터에서 상담할 때 복지 신청에 필요한 진단서 제출도 본인이 복지신청을 막으려고 한다고 불신하는 마음이 가득해 중간 중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또한 본인이 직접해야 될 부분까지도 본인은 몸 상태가 힘들어서 어렵다고 못한다고 할 때, 그의 마음을 돌려놓는 작업은 한 두번 찾아가고 전화상담을 하는 것으로는 되지 않았습니다.

초반에 사례 관리를 진행할 때는 “이분 참 까다롭다. 말이 참 안 통한다. 나를 힘들게 한다”라는 생각이 들어 사례 관리를 종결할까 생각도 많이 했지만 그때마다 저의 도움을 찾는 A씨를 외면할 수는 없었습니다. 가정방문을 하고 전화로 1시간 넘게 전화 통화하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해결을 해야겠다는 사명감보다는 오기가 생겨났습니다.

무엇보다도 실제 주소지 부천으로 전입 신고하도록 설득하고, 전입 신고를 했을 때 생기는 문제에 대해 “제가 다 해결하겠습니다”라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이야기 했지만 사채업자가 진짜 찾아오면 “어떻게 해결해야 될까?”라는 걱정이 있었지만 사례 관리회의를 통해 실제 필요한 문제 해결책을 위해선 최선의 선택이라는 판단하에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복지급여 신청과 근로 무능력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근로능력평가용 진단서’을 제출하지 않을 때마다 “이 서류만 있으면 복지혜택을 받을 확률이 높습니다. 만약 안된다면 제가 책임지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라고 계속 격려해야 했습니다.

1개월 넘는 시간동안 지자체 자원으로 A씨의 식사문제를 해결하고 여러 가지 설득한 끝에 3월 중순에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선정되기까지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만약 내가 포기해서 A씨가 다른 분의 도움을 청했다면 그분도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A씨가 부모님이 사망하고 자신이 아플 때 누나가 도와주었는데 그 도움도 없어졌을 때 얼마나 가족에 대해 원망하고 세상에 대한 불신이 가득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측은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A씨의 만남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복지급여가 적게 들어올 때, 반찬이 없을 때, 치과를 가야 될 때도 항상 저에게 전화 상담을 요청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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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관리는 대상자에게 어떤 복지혜택을 주고 나면 끝이 아니라 평생의 조력자임이 틀림없습니다. 대상자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진 못하지만 선택이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순간에 든든히 옆에 있어줄 수 있는 가족과 같은, 아니 그 이상의 역할을 해주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저를 찾는 전화상담이 줄어들어 한편으로는 서운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본인의 인생을 본인의 힘으로 다시 시작하는 그의 발걸음을 볼 때 마음이 따듯해집니다. 가끔씩 전화로 안부를 물어보면 감사하다고 이야기하는 A씨.

“저는 도움을 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가 받았습니다. 언제든 도움이 필요할 때 전화주세요. 제 이웃,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다가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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